백테스트 실험

은퇴 후 인출 시뮬레이션: 4% 룰은 얼마나 버틸까? (SCHD, QQQ, QLD, 채권 배분 비교)

readtest 2026. 10. 1. 20:42

앞선 글(QLD로 적립한다면? 은퇴까지 30년 시뮬레이션)은 자산을 모아 가는 단계를 다뤘다. 이번에는 모은 자산을 꺼내 쓰는 단계다. 은퇴 후에는 평가액이 줄어드는 동안에도 생활비를 계속 꺼내야 해서, 같은 하락이라도 적립 때와 전혀 다른 영향을 준다. 흔히 말하는 "4% 룰"(은퇴 첫해에 자산의 4%를 꺼내 쓰고, 이후에는 물가상승률만큼 늘려 가며 30년을 버틴다)을 기준으로 이런 질문을 확인했다.

  • 자산 배분(SCHD, QQQ, QLD, 채권)에 따라 자산이 바닥날 확률은 얼마나 다를까?
  • 인출률이 3%, 4%, 5%일 때 어떻게 달라질까?
  • 하필 은퇴 직전에 큰 하락이 오면(순서 위험) 어떻게 될까?
  • 매년 같은 금액을 꺼내는 방식과 자산의 일정 비율을 꺼내는 방식은 무엇이 다를까?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인출률이 가장 큰 변수였고, 은퇴 직전의 폭락 여부가 결과를 극단적으로 갈랐다. 그리고 채권을 섞는다고 항상 안전해지지는 않았다.

먼저 밝혀 둘 것

  • 이 글은 개인 맞춤 은퇴 상담이 아니라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이다. 특정 상품의 매수를 권유하지 않는다.
  • 데이터는 미국 시장 1999년 4월~2026년 9월(330개월)이다. 한 시장, 한 시기의 결과다.
  • 이 기간의 채권 수익률은 낮았다. 채권(미국 종합채권 펀드)은 연 3.5%, 물가상승률은 연 2.6%로 물가를 뺀 실질 수익률이 약 0.9%에 그쳤다. 장기 평균보다 낮은 편이라 채권이 들어간 배분의 결과가 보수적으로 나올 수 있다.
  • 세금, 수수료, 환율, 국민연금 같은 다른 소득, 불규칙한 큰 지출(의료비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

어떻게 시뮬레이션했나

데이터 SCHD(2011년 이전은 DVY, 1999~2003년은 SPY로 대신), QQQ, QLD(나스닥100 합성 2배, 앞선 글과 같음), 채권(VBMFX, 미국 종합채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모두 배당과 이자를 재투자한 총수익.
인출 방식 고정 실질 인출: 은퇴 시점 평가액의 w%를 첫해 인출액으로 정하고, 이후 물가상승률만큼 늘려 매월 1/12씩 인출
비율 인출: 매년 초 평가액의 w%를 그해 인출액으로 정함 (자산이 줄면 소득도 줄어듦)
자산 배분 7가지 SCHD 100% / SCHD 60% + 채권 40% / SCHD 40% + 채권 60% / QQQ 60% + 채권 40% / QQQ 100% / QLD 100% / 채권 100%. 매월 목표 비중으로 리밸런싱(세금 없음 가정)
두 가지 방법 (A) 역사 수익률을 12개월 단위로 무작위 재추출한 30년 경로 3,000개 (물가도 같은 달의 값을 함께 사용)
(B) 실제 역사에서 은퇴 시점을 바꿔 가며 보는 방법
검산 계산 엔진을 단순한 경우로 확인했다. 수익률 0%, 물가 0%에서 4%를 꺼내면 정확히 25년 뒤 바닥나고, 수익이 물가와 같고 인출이 없으면 실질 잔액이 정확히 1.0000으로 유지된다.

결과 1. 30년 동안 자산이 바닥날 확률

첫해 인출률 (이후 물가 연동) 3% 4% 5%
SCHD 100% 8.5% 19.2% 32.6%
SCHD 60% + 채권 40% 2.9% 16.3% 40.2%
SCHD 40% + 채권 60% 1.9% 18.3% 55.8%
QQQ 60% + 채권 40% 4.8% 11.6% 23.5%
QQQ 100% 10.3% 17.2% 25.5%
QLD 100% 34.9% 40.4% 45.5%
채권 100% 11.0% 60.7% 96.7%

숫자는 30년 안에 평가액이 0이 된 경로의 비율이다.

4% 인출의 세부 결과는 아래와 같다.

4% 인출 바닥난 경우 평균 버틴 기간 30년 후 실질 잔액 중앙값
(은퇴 시점 = 1)
30년 후에도 은퇴 시점 이상 유지한 비율
SCHD 100% 21.8년 1.44 57.8%
SCHD 60% + 채권 40% 24.7년 0.71 38.2%
SCHD 40% + 채권 60% 25.9년 0.40 14.9%
QQQ 60% + 채권 40% 21.8년 2.31 69.5%
QQQ 100% 18.0년 5.26 72.1%
QLD 100% 13.1년 2.21 53.4%
채권 100% 25.2년 0.00 0.0%
  • 인출률이 가장 큰 변수였다. 같은 SCHD 60% + 채권 40%라도 인출률이 3%이면 고갈 확률이 2.9%, 4%이면 16.3%, 5%이면 40.2%였다. 자산 배분을 바꾸는 것보다 인출률을 낮추는 것이 훨씬 효과가 컸다.
  • 이 데이터에서는 4%도 안전하지 않았다. SCHD·QQQ 계열 배분에서도 고갈 확률이 11.6~19.2%였다(QLD와 채권 100%는 각각 40.4%, 60.7%). 일반적으로 알려진 4% 룰의 성공률보다 낮은데, 이 기간의 채권 실질 수익률이 낮았고(약 0.9%) 무작위 재추출이 순서를 섞는 방식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어쨌든 이 시기의 자료만 보면 "4%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 채권을 섞는다고 항상 고갈 확률이 줄지는 않았다. 인출률이 낮을 때(3%)는 채권이 많을수록 안전했지만, 5%에서는 오히려 채권이 많을수록 고갈 확률이 높았다(SCHD 100% 32.6% 대 SCHD 40% + 채권 60% 55.8%).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낮아서 인출액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QLD는 모든 인출률에서 가장 위험했다. 인출률 3%에서도 고갈 확률이 34.9%였다. 은퇴 후에는 하락 때 자산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해서 레버리지의 하락 위험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
  • 채권 100%는 물가를 이기지 못했다. 인출률 4%에서 60.7%, 5%에서 96.7%가 바닥났다. 앞선 글(ETF 책 검증)에서 다룬 "채권이나 예금에만 100% 투자하는 것은 물가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책의 주장과 방향이 같다.

결과 2. 하필 은퇴 직전에 큰 하락이 온다면 (순서 위험)

같은 수익률이라도 어느 시점에 나오느냐에 따라 은퇴자의 운명이 갈린다. 은퇴 직후에 큰 하락이 오면 자산이 줄어든 상태에서 계속 꺼내 써야 해서 회복할 여지가 없어진다. 가장 극적인 사례가 닷컴 버블 때 은퇴한 경우다. 아래는 1999년 4월에 은퇴해 매년 4%(물가 연동)를 꺼내 쓴 경우다.

QLD(빨간 선)는 은퇴 직후 버블 때문에 자산이 3배 넘게 불어났지만 곧바로 폭락해서 4년도 되지 않아 바닥났다. QQQ(연한 파란 선)는 서서히 줄다가 2022년경 바닥났고, SCHD(초록 선)와 채권은 25년을 버텼지만 잔액이 은퇴 시점의 약 30~47% 수준까지 줄었다.

1999년 4월~2001년 9월에 은퇴한 31가지 경우(25년 인출, 4%)를 모아 보면 다음과 같다.

자산 배분 (4% 인출) 25년 안에 바닥난 비율 바닥난 경우 평균 버틴 기간 25년 후 실질 잔액 중앙값
SCHD 100% 0% - 0.25
SCHD 60% + 채권 40% 0% - 0.47
SCHD 40% + 채권 60% 0% - 0.47
QQQ 60% + 채권 40% 29.0% 21.6년 0.68
QQQ 100% 71.0% 13.5년 0.00
QLD 100% 93.5% 4.4년 0.00
채권 100% 0% - 0.34

이 31가지는 시작 시점이 모두 1999~2001년이라 서로 거의 겹친다. 사실상 "닷컴 버블 시기에 은퇴한 한 가지 경우"에 가깝다.

20년 인출로 범위를 넓혀(1999년 4월~2006년 9월 시작, 91가지) 보면 QLD 100%는 31.9%, QQQ 100%는 20.9%가 바닥났고 SCHD 계열과 채권은 모두 버텼다. 나스닥 계열 자산은 은퇴 시점이 버블의 정점 근처였던 경우에 치명적이었다. 이것이 앞선 글에서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SCHD로 옮기는 글라이드 패스를 살펴본 이유다.

결과 3. 매년 같은 금액 vs 자산의 일정 비율

고정 인출은 생활비가 안정적이지만 자산이 바닥날 위험이 있다. 반대로 매년 초 평가액의 4%를 꺼내는 비율 인출은 자산이 바닥나지 않지만(0에 수렴할 뿐 0이 되지는 않는다) 소득이 평가액을 따라 오르내린다.

4% 인출, 30년 고정 인출의 고갈 확률 비율 인출: 30년째 실질 소득
(첫해 = 1) 중앙값
하위 5% 소득이 절반 아래로 간 경로
SCHD 60% + 채권 40% 16.3% 0.88 0.34 15.3%
SCHD 100% 19.2% 1.26 0.27 15.5%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산 고갈"에서 "소득 급감"으로 옮겨 갔다. 비율 인출에서는 약 15%의 경우에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이 첫해의 절반 아래로 줄었다. 어느 위험을 더 감당할 수 있는지는 개인의 지출 구조(줄일 수 있는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에 달려 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읽을까

  1. 인출률이 자산 배분보다 훨씬 중요했다. 같은 배분에서 인출률을 4%에서 3%로 낮추면 고갈 확률이 크게 줄었다(SCHD 60% + 채권 40%: 16.3% → 2.9%).
  2. 레버리지는 은퇴 후에 특히 위험하다. 적립 단계에서는 하락이 싸게 사는 기회였지만, 인출 단계에서는 하락 때 자산을 팔아야 해서 회복할 몫이 줄어든다. 적립 단계(앞선 글)에서 도움이 됐던 하락이 인출 단계에서는 정반대로 작용한다.
  3. 은퇴 직전의 시장 상황이 운명을 갈랐다. 같은 전략이라도 닷컴 버블 정점에 은퇴하면 QLD는 4년 만에 바닥났다. 은퇴 시점을 고를 수는 없으니,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이 큰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인 대비로 보인다.
  4. 채권은 만능이 아니다. 인출률이 낮을 때는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이 기간처럼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낮으면 높은 인출률을 감당하지 못한다.
  5. 인출 방식의 유연성이 방어 수단이다. 하락 때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비율 인출처럼 고갈을 피할 수 있다. 대신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6. 적립 단계의 결과(예: QLD 적립의 하위 5% 시나리오에서는 납입액의 0.34배)는 인출 가능한 금액 자체를 정한다. 모은 돈이 적은데 은퇴 직전에 큰 하락이 겹치면 두 위험이 함께 작용한다.

한계

  • 한 시장, 한 시기의 데이터다. 1999~2026년의 미국이고, 이 기간은 닷컴 버블, 금융위기, 2022년 금리 인상을 포함하지만 1970년대 같은 장기 고물가는 포함하지 않는다.
  • 무작위 재추출은 같은 역사 안에서 순서를 바꾸는 방식이라 새로운 종류의 위기를 만들지 못한다. 역사 코호트는 독립적인 경우가 몇 개 되지 않는다.
  • 채권 대용(VBMFX)과 SCHD 대용 데이터를 썼고, 이 기간의 채권 실질 수익률이 낮다.
  • 세금, 수수료, 환율, 연금 같은 다른 소득이 없다고 가정했다. 실제 은퇴 설계에서는 이 요소들이 결과를 크게 바꾼다.
  • 인출 기간은 30년으로 고정했고, 매월 리밸런싱을 가정했다. 개인의 수명, 지출 패턴은 반영하지 않았다.

정리

은퇴 후 인출 단계에서는 얼마를 꺼내 쓰느냐(인출률)와 은퇴 직전에 어떤 시장을 만나느냐(순서 위험)가 수익률 숫자보다 더 큰 영향을 줬다. 이 데이터에서는 4% 인출도 11.6~19.2%의 확률로 30년을 못 버텼고(SCHD·QQQ 계열 배분 기준), 레버리지 자산인 QLD는 닷컴 버블 때 은퇴한 경우 4년 만에 바닥났다. 그렇다고 "이렇게 하면 안전하다"는 답을 주는 글은 아니다. 대신 은퇴 전에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 생겼다. "내가 꺼내 쓸 비율은 몇 %인가", "은퇴 직전에 큰 하락이 와도 지출을 줄일 수 있는가", "그때 내 자산의 변동성은 얼마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계획이 불완전하다는 뜻이다.


※ 본 글은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이며 개인 맞춤 투자 자문이나 은퇴 상담이 아니고, 특정 ETF나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매우 크며, 과거 성과와 시뮬레이션 결과는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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