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환율의 대전환』의 금 이야기를 데이터로 확인했다)에서는 책의 3부(금)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1부와 부록에 나오는 환율 자체에 대한 주장 다섯 가지를 과거 데이터로 확인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원/달러는 장기적으로 오른다"는 아주 완만하게 맞았지만, "원화는 안정적인 통화다", "금리를 내려도 달러가 올랐다", "장기국채는 원/달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보는 기준과 기간에 따라 결론이 달라졌다.
먼저 밝혀 둘 것
- 특정 통화나 자산을 추천하거나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다.
- 책이 사용한 기간과 지표의 정확한 정의를 알 수 없어서 책의 숫자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같은 질문을 내 방식으로 확인한 것이다.
- 트럼프 정부 이후의 환율 전망, 일본은행의 판단, 앞으로의 환율 방향 같은 저자의 전망은 검증할 수 없어서 제외했다.
- 세금과 수수료, 환전 비용은 반영하지 않았다.
어떻게 검증했나
| 환율 | 미국 연준 데이터베이스(FRED)의 일별 환율. 원/달러는 1981년부터, 다른 통화는 각 통화의 시작 시점부터 |
| 실질실효환율 |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하는 한국 실질실효환율(2020년 = 100). 물가 차이와 교역 상대국을 반영한 원화의 실질 가치 |
| 금리 | 미국 연방기금금리(월별), 한미 3개월 은행간 금리(FRED). 정책금리가 아니라 시장금리라는 점이 책의 "금리 차"와 다를 수 있다 |
| 달러지수·채권 | 달러 인덱스(DXY), 미국 장기국채 ETF(TLT)의 종가 |
| 기준 시점 | 환율은 2026년 9월 말까지, 실질실효환율은 2026년 7월까지 |
주장 1. 원화는 긴 관점에서 보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몇 안 되는 통화다

달러 대비 가치를 다른 주요 통화 10개와 같은 기간으로 비교하고, 물가와 교역 상대국까지 반영한 실질실효환율도 확인했다. 비교 대상 통화는 내가 고른 것이다.
| 기간 | 원화의 달러 대비 가치 변화 | 11개 통화 중 순위 | 더 안정적이었던 통화 |
|---|---|---|---|
| 2000-01 ~ 2026-09 | -17% | 6위 | 위안, 유로,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대만 달러 |
| 2010-01 ~ 2026-09 | -15% | 3위 | 위안, 대만 달러 |
| 2015-01 ~ 2026-09 | -19% | 8위 | 대만 달러, 유로, 위안, 호주 달러, 파운드, 멕시코 페소, 캐나다 달러 |
- 달러 대비로는 중간 이상이었다. 2000년 이후 엔(-35%), 멕시코 페소(-47%), 인도 루피(-55%), 브라질 헤알(-65%)보다는 훨씬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몇 안 되는" 통화라고 하기에는 위안, 유로,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가 원화보다 나았다. 기간을 2010년으로 잡으면 3위로 올라가고, 2015년으로 잡으면 8위로 내려가서 기준 시점에 따라 순위가 크게 달라졌다.
-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최근 원화의 가치는 낮은 편이다. 1994년 이후 평균이 102인데 2026년 7월은 약 86이다. 연평균으로는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83)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대비 환율만 보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주장 2. 원/달러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 시작 시점 | 시작 환율 | 2026-09 환율 | 연 변화율 |
|---|---|---|---|
| 1981-04 | 675원 | 1,357원 | +1.6% |
| 2000-01 | 1,128원 | 1,357원 | +0.7% |
| 2010-01 | 1,149원 | 1,357원 | +1.0% |
| 2015-01 | 1,104원 | 1,357원 | +1.8% |
| 2020-01 | 1,158원 | 1,357원 | +2.4% |
1999년 이후 시작하는 구간을 보유 기간별로 나누어 원/달러가 오른 경우의 비중도 구했다(월말 기준, 겹치는 구간).
| 보유 기간 | 원/달러가 오른 비중 | 변화율 중앙값 | 최소 ~ 최대 |
|---|---|---|---|
| 1년 | 46% | -0.8% | -24% ~ +63% |
| 5년 | 62% | +5.5% | -31% ~ +37% |
| 10년 | 66% | +7.1% | -27% ~ +36% |
- "장기 우상향"은 맞았다. 다만 속도가 매우 느리다. 45년 동안 환율은 약 두 배가 되었고, 연으로는 0.7~1.6% 정도였다. 1998년과 2008년의 급등이 오른 폭의 상당 부분을 만들었다.
- 기간이 길수록 오른 경우가 많아졌지만 방향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다. 1년 보유 기준으로는 오른 경우가 46%였고, 10년을 들고 있어도 3분의 1은 환율이 내려갔다.
- 1999년부터 2025년까지 27개 해 중 15개 해는 올랐고 12개 해는 내렸다. 최근에는 2024년에 +14.5%였다가 2025년에 -2.3%, 2026년은 9월까지 -6.1%였다. 짧은 기간의 방향은 책의 설명을 따라가지 않았다. 다만 이것으로 저자의 전망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장 3. 금리를 내리는 중에도 달러는 올랐다

책은 2024~2025년에 미국이 금리를 내렸는데도 달러가 올랐고, 이는 미국 예외주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이 금리를 내린 사이클 6개를 골라 달러지수와 원/달러를 비교했다. 사이클은 내가 사후에 정한 것이다.
| 인하 사이클 | 기준금리 | 원/달러 | 달러지수(DXY) |
|---|---|---|---|
| 1989-06 ~ 1992-09 | 9.5% → 3.2% | +18% | 자료 없음 |
| 1995-07 ~ 1998-11 | 5.8% → 4.8% | +64% | 자료 없음 |
| 2001-01 ~ 2003-06 | 6.0% → 1.2% | -5% | -14% |
| 2007-09 ~ 2008-12 | 4.9% → 0.2% | +38% | +5% |
| 2019-07 ~ 2020-04 | 2.4% → 0.1% | +2% | +1% |
| 2024-09 ~ 2025-12 | 5.1% → 3.7% | +10% | -2% |
- 달러지수만 보면 책의 설명이 일부만 맞았다. 첫 인하(2024년 9월) 후 3개월(~2024년 12월) 동안은 달러지수가 100.8에서 108.5로 7.6% 올랐다. 하지만 2025년 중반까지 이를 거의 되돌려서, 사이클 전체로는 -2%였다.
- 원/달러는 같은 기간 +10%였다. 달러지수는 내렸는데 원/달러만 올랐다는 뜻이라, 달러 강세만이 아니라 원화 자체의 약세 요인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책이 말한 "미국 예외주의"와 한국 요인은 이 데이터로 구분할 수 없다.
- 인하기에 달러가 약해진다는 교과서적 설명은 평균적으로는 맞았지만 사이클마다 달랐다. 1999년 이후 인하기의 달러지수 12개월 변화는 평균 -1.5%, 중앙값 -3.0%였고, 달러가 오른 경우는 42%였다. 사이클 4개를 보면 2개는 내리고 2개는 올랐다.
- 원/달러만 보면 인하 사이클 6개 중 5개에서 올랐다. 이 중 1998년과 2008년은 한국이나 세계의 위기가 겹친 때였다.
주장 4. 한미 금리 역전이 길어지면 높은 환율이 이어진다

한국과 미국의 3개월 은행간 금리 차(미국 − 한국)를 구간으로 나누고, 그 뒤 12개월 동안 원/달러가 얼마나 올랐는지 평균을 냈다(1999년 이후, 월말 기준).
| 한미 금리 차 | 해당 월 수 | 12개월 뒤 원/달러 평균 변화 |
|---|---|---|
| 미국이 1%p 넘게 낮음 | 162개월 | -1.0% |
| 비슷함(±1%p 이내) | 126개월 | +3.5% |
| 미국이 1%p 넘게 높음 | 31개월 | +4.0% |
- 방향은 책의 설명과 같았다. 미국 금리가 더 높을수록 뒤의 12개월 동안 원/달러가 더 올랐다. 다만 관계는 약했다. 금리 차와 12개월 뒤 변화의 상관계수는 0.18이었다.
- 검증하기에는 사례가 너무 적다. 미국이 1%p 넘게 높았던 달은 2023~2025년 3년뿐이라 사실상 한 번의 사이클이다. 이 기간의 결과가 "금리 역전의 효과"인지 다른 요인인지 가려낼 수 없다.
- 최근 금리 차는 2026년 8월 기준 0.85%p(미국 3.8%, 한국 3.0%)로 1%p 아래로 좁혀졌다. 같은 시기 원/달러는 6월 1,549원에서 8월 1,368원으로 내렸다. 금리 차 하나로 환율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 구간에서도 보인다.
주장 5. 미국 장기국채 ETF는 원/달러와 방향이 반대라서 추천하지 않는다

책은 환율이 오를 때 미국 장기국채 가격은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서,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장기국채 ETF(TLT)와 원/달러의 월간·연간 변화를 비교했다.
| 구간 | TLT와 원/달러의 월간 상관계수 |
|---|---|
| 전체 (2002-08 ~ 2026-09) | -0.03 |
| 2003 ~ 2009 | -0.07 |
| 2010 ~ 2019 | +0.26 |
| 2020 ~ 2021 | +0.16 |
| 2022 ~ 2026 | -0.43 |
- 전체 기간으로는 거의 상관이 없었다. 연도별로도 두 값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해가 24개 중 11개, 반대 방향이 13개였다. 36개월 롤링 상관계수는 -0.62에서 +0.67까지 움직였다.
- "반대로 움직인다"는 2022년 이후에는 뚜렷했다. 금리가 급등하던 2022년에는 TLT가 -31%, 원/달러가 +6%였고, 2024년에도 TLT -8%, 원/달러 +14.5%였다. 하지만 2008년에는 TLT +34%, 원/달러 +35%로 같이 올랐다. 위기의 성격(금리 상승형인지, 경기 충격형인지)에 따라 관계가 바뀌었다.
- 원/달러가 5% 넘게 오른 해는 5번(2008, 2015, 2021, 2022, 2024년)이었고, TLT의 평균 변화는 -2.3%였지만 2008년의 +34%와 2022년의 -31%가 섞인 평균이라 의미가 크지 않다.
- 원화로 환산한 TLT는 2002년 7월부터 연 3.8%(최대 낙폭 -43%), 달러 기준은 연 3.3%(-48%)였다. 환율이 이 기간 TLT 수익을 약간 높여 주었지만, 환율이 늘 도움이 된 것은 아니다.
이 검증의 한계
- 비교 대상과 구간은 내가 골랐다. 비교한 통화 11개와 금리 사이클 6개는 사후에 정했고, 다르게 고르면 순위와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 한미 금리는 정책금리가 아니라 3개월 은행간 금리라서 책이 말하는 "기준금리 차"와 다를 수 있다.
- 12개월 구간 비교는 서로 겹쳐서 독립된 표본이 아니다. 상관계수도 구간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 달러지수 자료는 1999년부터라서 1990년대 인하 사이클은 원/달러로만 비교했다.
- 2026년 데이터는 9월 말까지(실질실효환율은 7월까지)다.
- 환율에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정책 기조, 시장 심리가 반영되는데 이 글의 방법으로는 분리할 수 없다.
정리
| 책의 주장 | 결과 |
|---|---|
| 원화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통화다 | 달러 대비로는 중간 이상(11개 중 6위)이지만 기준 시점에 따라 3위~8위로 달라졌고, 실질실효환율은 최근 외환위기 이후 낮은 수준 |
| 원/달러는 장기 우상향한다 | 맞음. 다만 연 0.7~1.6%로 완만하고 1년 보유로는 오른 경우가 46% |
| 금리를 내리는데도 달러가 올랐다 | 첫 인하 후 3개월은 맞았지만 사이클 전체로는 달러지수 -2%, 원/달러만 +10% |
| 한미 금리 역전이 길면 높은 환율이 이어진다 | 방향은 같았으나 관계가 약했고(상관 0.18), 사례가 한 번의 사이클뿐 |
| 미국 장기국채 ETF는 원/달러와 반대로 움직인다 | 전체 기간 상관은 거의 0. 2022년 이후에만 뚜렷하고 2008년에는 같은 방향 |
환율에 대한 책의 설명은 방향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이다", "우상향한다", "반대로 움직인다" 같은 단정은 어느 기간과 어느 지표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환율은 금리, 성장, 무역, 위기의 성격, 정책이 함께 만드는 값이라서 하나의 규칙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 점은 앞선 글에서 금과 금리를 확인했을 때와 같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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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개인 학습 기록이며 특정 통화나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과거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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