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되었을 때부터 읽고 싶던 책이었다. 미루다가 전자책으로 사서 읽었다. 환율은 투자하면서 여러 번 겪어 본 주제라서 더 반가웠다. 아래는 책의 내용 요약과, 내 경험에 비추어 본 감상이다.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4가지 분산(자산, 지역, 통화, 시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본문은 세 부분으로 이어진다. 1부는 달러와 원/달러 환율, 2부는 일본 엔화, 3부는 금이다. 마지막 부록에는 환율이 왜 오르내리는지, 양적완화와 통화 스와프가 무엇인지, 환헤지가 무엇인지 같은 기초 개념이 정리되어 있다.
인상 깊었던 점
- 통화 분산이라는 관점. 자산을 주식과 채권으로만 나누어 생각했는데, 어떤 통화로 들고 있느냐도 하나의 분산 축이라는 설명이 새로웠다. 원화로만 자산을 가진다는 것도 하나의 베팅일 수 있다.
- 환율을 단순한 "원화 가치"가 아니라 구조로 설명하는 방식. 양국 금리, 양국 성장의 차이, 무역과 자본 수지의 방향이라는 세 가지 틀로 환율을 정리해 준다. 뉴스에서 환율 이야기를 볼 때 어느 쪽 이야기인지 구분하기 쉬워졌다.
- "다들 사고 싶어 할 때는 고점일 가능성이 높다"는 조언. 엔화에 대한 부분에서 나오는 말이다. 관심이 없을 때 조금씩 나누어 사라는 것인데, 시점 분산과도 이어진다.
- 금은 안전자산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태도. 금도 위기 때 같이 떨어진 적이 있다며, 달러나 예금과는 역할이 다르다고 구분한다. 금을 권하는 책이 금의 약점을 먼저 짚는 점이 좋았다.
- KRX 금현물을 비롯한 금 투자 방법별 세금 정리. 실물, 금 통장, 금 ETF, 채굴 기업, KRX 금현물을 세금과 수수료 기준으로 비교해 주어 실용적이었다.
내 경험과 겹친 부분
책을 읽으면서 환율 때문에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나는 "지금이 고점이겠지" 하고 환전했는데 이후 환율이 오히려 내려간 경험이다. 다른 하나는 전세 자금을 마련하려고 달러를 원화로 바꿨는데, 그 뒤에 환율이 급등해서 손해를 본 경험이다. 두 번 다 고점이나 저점을 맞히려 한 것이 문제였다. 책이 말하는 "시점을 나누어 조금씩"이라는 방식을 그때 알았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
특히 두 번째 경험은 환율이 맞았는지보다, 쓸 날짜가 정해진 돈을 외화로 들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쓸 시점이 정해진 돈의 통화를 맞추는 일, 즉 지출 통화와 자산 통화를 일치시키는 일은 책의 4가지 분산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같이 생각해 볼 만하다.
엔화도 비슷했다. 올해 초에 엔화가 상당히 싸다고 판단했고, 미국 정부의 기조상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여서 엔화로 환전한 뒤 엔화로 거래되는 미국 국채 ETF(2621)를 샀다. 엔화 강세와 채권 가격 상승, 두 가지 방향에 걸었던 셈이다. 결과는 예상과 반대로 흘러서 환율과 채권 양쪽에서 동시에 손해를 봤다. 책의 2부 끝에는 엔화 강세 전환과 미국 국채 가격 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방식은 결이 다르다는 취지의 내용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내 경우가 떠올랐다. 두 가지 베팅을 겹치면 하나가 맞아도 다른 하나가 틀릴 수 있고, 둘 다 틀리면 손실이 겹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금은 주로 미국 상장 ETF(GLD)로 투자해 왔고, 연금저축계좌에도 금 ETF를 일정 비중 담고 있다. 그래서 3부가 특히 관심이 갔다.
아쉬웠던 점
- 기대했던 것만큼 깊은 내용은 아니었다. 환율의 기본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내용이 많지 않다.
- 금에 대한 수치(코로나 직전부터의 수익률, 위기 때의 하락폭 등)는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기준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같은 주장이 다른 구간에서도 맞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 트럼프 2기 전망이나 엔화의 방향처럼 책의 시점에 크게 의존하는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 단기적인 흐름은 책에 담기 어렵다고 보고 카페를 참고하라고 안내하는데, 책 한 권으로는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없다.
이 블로그의 관점에서
환율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전망은 어디까지나 의견이라서 이 블로그에서 검증할 수 없다. 반대로 금이 안전자산인지, 금리 인상과 인하가 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환헤지를 하지 않은 금이 유리했는지 같은 부분은 과거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다음 글에서 정리할 예정이다.
이런 분께 추천한다
- 환율이 왜 오르내리는지 처음부터 이해하고 싶은 분
- 달러, 엔화, 금을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는 분
환율의 단기 예측이나 매매 기법을 기대하는 분께는 맞지 않는다.
총평
평점 4.0 / 5.0. 생각했던 만큼 깊이 들어가는 책은 아니었지만 얻은 인사이트가 있었고, 글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중간 기사를 넣어 이해를 돕고 근거에 전문성을 더했다. 환율을 처음 이해하려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글: 이 책이 금에 대해 한 말(안전자산 여부, 금리와의 관계, 환헤지 등)을 과거 데이터로 확인했다. 『환율의 대전환』의 금 이야기를 데이터로 확인했다: 금은 정말 안전자산일까
환율 이야기(원화의 안정성, 원/달러 장기 추세, 금리 인하와 달러, 한미 금리 차, 장기국채)는 이 글에서 확인했다. 『환율의 대전환』의 환율 이야기를 데이터로 확인했다: 원화는 정말 안정적일까
엔화와 분할 환전 이야기는 『환율의 대전환』의 엔화와 분할 환전 이야기를 데이터로 확인했다: 엔화는 정말 안전자산일까에서 확인했다.
📖 책 정보: 오건영 저 『환율의 대전환』
※ 본 글은 개인 독서 후기이며 특정 통화, ETF,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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