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테스트 실험

그레이엄의 방어적 투자자 기준은 지금도 통할까? 장기 데이터와 최근 14년 백테스트

readtest 2026. 10. 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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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자』 후기에서 방어적 투자자의 종목 선정 기준이 지금도 통하는지 숫자로 확인해 보겠다고 적었다. 『돈의 심리학』 12장은 그레이엄조차 개정판마다 공식을 고쳤고 지금 그대로 쓸 공식은 없다고 말한다(후기). 그러면 그 기준 가운데 숫자로 검증할 수 있는 가격 기준, 즉 "너무 비싸지 않게 산다"는 규칙은 실제로 시장을 이겼을까. 두 가지로 확인했다. 하나는 미국 전 종목의 장기 기록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14년 동안 책의 기준을 근사해 직접 돌려 본 백테스트다.

결론부터

  • 장기 기록에서는 싼 종목이 시장을 이겼다. 미국 전 종목(상장폐지 종목 포함)에서 PER이 낮은 쪽 30%는 1951년 7월부터 연 15.1%로 시장(11.5%)보다 3.7%p 높았고, PBR이 낮은 쪽 30%는 1926년 7월부터 연 13.2%로 시장(10.4%)보다 2.8%p 높았다. 10년씩 보유한 구간으로 나누어도 79~86%에서 시장보다 나았다.
  • 그러나 2008년 이후에는 그 우위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PER이 낮은 쪽은 연 10.5%, PBR이 낮은 쪽은 10.7%로 시장(11.4%)에 졌고, 오히려 비싼 쪽이 더 잘 벌었다.
  • 책의 기준을 근사해 최근 14년(2012.7~2026.9)에 돌려도 이기지 못했다. 14장의 가격 기준(3년 평균 PER 15 이하, PER×PBR 22.5 이하)을 통과한 종목은 연 15.3%로 SPY(14.8%)와 비슷하고 같은 종목군 균등가중(17.6%)보다 낮았다. 최대 낙폭은 -48%로 SPY(-34%)보다 훨씬 컸다.
  • 10~30종목만 담으라는 규칙은 별 의미가 없었다. 통과 종목에서 30개를 무작위로 골라도(연 15.1%), 기준 없이 전체에서 아무거나 30개를 골라도(15.3%) 결과가 같았다.
  • 다만 이 결과는 책의 기준 전체가 아니다. 규모, 유동비율, 부채, 20년 배당, 10년 이익 성장은 데이터가 없어 검증하지 못했다. 이 기준들이 부실한 저평가주를 걸러 주는 장치일 수 있어서, "기준 전체가 안 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준은 무엇이고 무엇을 확인했나

책을 다시 볼 수 없어서 방어적 투자자의 종목 선정 기준(14장)은 웹에 정리된 자료 두 곳(Groww, Portfolio123)을 기준으로 삼았다. 두 자료의 숫자가 서로 같았지만 책 원문과 대조한 것은 아니다. 노트에 적어 둔 5장의 가격 상한(평균이익 25배, 최근 12개월 이익 20배)도 함께 확인했다.

14장 기준 (웹 자료) 이 글에서의 처리
연 매출 1억 달러 이상 (1972년 달러) 검증하지 못함 (현재 S&P1500 종목이라 대부분 충족한다고 보았다)
유동자산 2배 이상, 장기부채 ≤ 순유동자산 검증하지 못함 (데이터 없음)
10년 연속 흑자 "2009년 이후 매년 흑자"로 근사 (가능한 기간 3~17년)
20년 연속 배당 검증하지 못함
10년간 EPS 33% 성장 검증하지 못함 (데이터 이력이 짧음)
최근 3년 평균이익 기준 PER 15 이하 검증함
PBR 1.5 이하, 또는 PER×PBR 22.5 이하 검증함
(5장) 7년 평균이익 PER 25 이하, 12개월 PER 20 이하 검증함 (2016년 7월부터)

※ 규모, 유동비율, 부채, 배당, 성장은 "회사가 튼튼한가"를 보는 기준이고, 검증한 것은 "싸게 샀는가"를 보는 기준이다. 이 글의 결론은 가격 기준에만 해당한다.

1. 장기 기록: 싼 종목은 시장을 이겼나

Kenneth French 데이터 라이브러리의 미국 전 종목 자료를 썼다. 상장폐지 종목까지 포함한 CRSP 기준이고, 매년 6월 말에 PER(이익÷시가총액)이나 PBR(장부가÷시가총액) 순위로 종목군을 나눈 뒤 1년 보유하는 방식이다. 이익이 적자인 종목은 별도 집단이라 "싼 30%"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시가총액 가중으로 계산했고, 시장은 같은 자료의 시장 수익률이다.

연평균 수익률 (CAGR) 전체 ~1989 1990~2007 2008~
PER이 낮은 쪽 30% (1951.7~) 15.1% 17.5% 14.9% 10.5%
PER이 높은 쪽 30% (이익이 있는 종목 중) 10.4% 9.6% 10.3% 12.4%
시장 전체 (1951.7~) 11.5% 11.8% 10.6% 11.4%
PBR이 낮은 쪽 30% (1926.7~) 13.2% 13.6% 14.1% 10.7%
PBR이 높은 쪽 30% 10.2% 9.3% 10.4% 13.1%
시장 전체 (1926.7~) 10.4% 10.0% 10.6% 11.4%

※ 자료는 2026년 8월까지다. "~1989"는 각 계열의 시작월부터 1989년까지다.

미국 전 종목 PER PBR이 낮은 쪽 비싼 쪽 시장 구간별 연평균 수익률
미국 전 종목 PER PBR이 낮은 쪽 비싼 쪽 시장 구간별 연평균 수익률

아래 그림을 보면 흐름이 분명하다. 2007년까지는 싼 쪽이 시장을 크게 앞섰고(1990~2007년에도 4%p 안팎), 2008년 이후에는 싼 쪽이 시장보다 낮고 비싼 쪽이 가장 좋았다. 10년 보유 구간으로 보면 PER이 낮은 쪽이 시장보다 나았던 비율은 86%, PBR이 낮은 쪽은 79%였고, 15년 보유로는 각각 87%, 86%였다. 같은 방식으로 동일가중 포트폴리오끼리 비교하면 싼 30%가 비싼 30%보다 나았던 10년 구간이 PER 기준 86%, PBR 기준 98%였다.

  • 수익이 높은 대신 더 크게 빠졌다. 최대 낙폭은 PER이 낮은 쪽 -56%(시장 -50%), PBR이 낮은 쪽 -88%(시장 -84%)였다. PBR이 낮은 쪽은 연 변동성도 24.8%로 시장(18.3%)보다 컸다. 싸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 독립 표본은 적다. 10년 구간은 겹치지 않는 표본이 PER 약 6.5개, PBR 약 9개뿐이다. 그리고 2008년 이후의 부진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는 이 자료로 알 수 없다.
  • 이 자료의 PER은 "직전 회계연도 이익" 기준이라 책의 3년 평균 PER과 정확히 같지는 않다.

2. 책의 기준을 근사해 최근 14년에 돌려 보면

미국 S&P1500 종목군(약 1,490개)의 SEC 연간 재무와 주가로, 매년 7월 첫 거래일에 기준을 통과한 종목을 동일가중으로 사서 1년 보유했다. 재무는 회계연도 말 150일 뒤부터만 사용했고(미래 정보 차단), 주식 분할은 보정했다. 왕복 비용은 연 0.2%만 반영했다. PBR은 주당순자산을 순이익÷EPS로 구한 주식 수로 계산한 근사치다.

규칙 (2012.7~2026.9) 평균 보유 종목 수 CAGR 최대 낙폭 샤프
A. 3년 평균 PER 15 이하 309 15.5% -46% 0.80
B. PBR 1.5 이하 252 14.6% -48% 0.76
C. A와 B를 모두 충족 153 15.3% -48% 0.77
D. PER 15 이하 & PER×PBR 22.5 이하 (14장 가격 기준) 188 15.3% -48% 0.77
E. D + 2009년 이후 매년 흑자 99 14.2% -45% 0.73
3년 평균 이익이 있는 전체 종목 (기준 없음) 1,013 15.9% -40% 0.89
SPY - 14.8% -34% 0.92
같은 종목군 균등가중 - 17.6% -38% 0.97

그레이엄 기준 통과 종목 연평균 수익률과 최대 낙폭 SPY 균등가중 비교
그레이엄 기준 통과 종목 연평균 수익률과 최대 낙폭 SPY 균등가중 비교

기준을 통과한 종목의 수익률은 SPY와 -0.6~+0.6%p 차이였고, 아무 기준도 적용하지 않은 전체 종목(15.9%)이나 균등가중(17.6%)보다는 낮았다. 최대 낙폭은 -45~-48%로 SPY(-34%)보다 11~15%p 더 깊었다. 14년 중 D가 SPY보다 나았던 해는 8번, 균등가중보다 나았던 해는 7번이었다. 가장 아팠던 해는 2019년 7월~2020년 7월(코로나 하락)로, D는 -19.7%였고 같은 기간 SPY는 +7.1%, 전체 종목은 -6.0%였다. 반대로 2020년 7월~2021년 7월에는 D가 +84.4%로 SPY(+40.7%)를 크게 앞섰다. 싼 종목이 하락장에서 더 크게 빠지고 반등에서 더 크게 오르는 모습이다.

2012년 7월 이후 기준 통과 종목 SPY 균등가중 자산 곡선
2012년 7월 이후 기준 통과 종목 SPY 균등가중 자산 곡선

5장의 가격 상한(7년 평균 PER 25, 12개월 PER 20)도 2016년 7월부터 돌려 보았다. 이 창에서 5장 기준(평균 360종목)은 연 13.2%(최대 낙폭 -44%), 여기에 "매년 흑자"를 더하면 12.3%(-41%)였다. 같은 기간 SPY는 15.3%, 균등가중은 18.5%였고, 14장 기준 D는 14.8%였다. 5장보다 엄격한 14장 기준이 이 창에서는 조금 나았지만, 둘 다 SPY와 균등가중에 미치지 못했다.

3. 10~30종목만 담는다면

위 표는 기준을 통과한 종목 수백 개를 전부 산 결과다. 책은 방어적 투자자에게 10~30종목 정도의 분산을 권한다. 현실의 개인은 통과 종목 중 일부만 고를 것이므로, D 기준을 통과한 종목에서 30개를 무작위로 골라 같은 방식으로 14년을 돌리는 실험을 200번 반복했다. 비교를 위해 기준 없이 전체에서 30개를 무작위로 고른 경우도 200번 돌렸다.

30종목 포트폴리오 (200회) CAGR 중앙값 CAGR 5~95% 범위 최대 낙폭 중앙값 SPY보다 나은 비율
D 기준 통과 종목에서 무작위 30개 15.1% 13.1~17.5% -48% 59%
기준 없이 전체에서 무작위 30개 15.3% 12.4~18.3% -40% 64%

기준 통과 종목과 전체 종목에서 30개 무작위 추출 수익률 분포
기준 통과 종목과 전체 종목에서 30개 무작위 추출 수익률 분포

기준을 통과한 종목에서 고르든 아무 종목에서 고르든 중앙값은 15%대로 같았고, 기준을 적용한 쪽이 낙폭만 더 깊었다. 또 SPY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확률은 약 60%여서 동전 던지기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운에 따라 12~18%까지 넓게 갈렸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같은 기준으로 같은 기간 투자해도 어떤 종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결과가 연 4%p 넘게 달라질 수 있다.

※ 참고로 통과 종목 중 PER×PBR이 가장 낮은 30개를 사는 방식은 연 18.0%(최대 낙폭 -53%)였다. 이것은 책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덧붙인 순위 방식이고, 한 번만 시도한 결과이므로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이 글의 한계

  • 기준의 절반만 검증했다. 재무 건전성, 배당, 이익 성장 기준은 검증하지 못했다. 이 기준들이 값싸 보이지만 부실한 종목을 걸러 주는 역할을 한다면, 전체 기준을 적용했을 때의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 책 원문을 확인하지 못했다. 14장 기준은 웹 자료 두 곳에 근거한다.
  • 생존편향. 2번 실험의 종목은 현재 S&P1500 구성종목이다. 싸 보이다가 망한 종목이 빠져 있어서 저평가 기준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균등가중을 이기지 못했다. 1번의 장기 기록은 상장폐지 종목을 포함해 이 편향이 없다.
  • 근사 지표. 주식 수는 순이익÷EPS로 추정했고, 배당·성장 이력이 없어서 PBR, PER만 쓴다. 기간은 14년이라 한 번의 시장 국면(저금리와 성장주 강세)에 크게 좌우된다.
  • 미국 시장만 확인했다. 국내 종목은 검증하지 않았다. 국내 종목은 국내 PEG 백테스트 글에서 본 것처럼 재무 데이터 제약이 커서 이 글에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 미국 종목의 가치 지표(이익수익률, FCF수익률, 장부가) 비교는 가치 지표 비교 글에서 볼 수 있다. 이 글은 PER·PBR 상한이라는 고전 규칙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 이 글은 과거 데이터에 대한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종합

"싸게 사라"는 그레이엄의 핵심 아이디어는 장기 기록으로는 지지된다. 미국 전 종목에서 PER과 PBR이 낮은 쪽은 수십 년 동안 시장을 이겼고, 10년 이상 보유하면 대부분 이겼다. 다만 2008년 이후에는 그 우위가 사라졌고, 최근 14년 동안 책의 가격 기준을 근사한 포트폴리오는 SPY와 비슷하고 균등가중에는 미치지 못했으며 낙폭은 더 컸다. 싼 종목군은 호황과 반등에서는 크게 벌고 하락에서는 더 크게 빠지는 성격이었다. 하락이 더 깊다는 것은 하락장에서 팔고 싶은 마음도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팔았다 다시 사기 검증 참고). 책의 기준이 지금도 통하는지에 대한 결론은 가격 기준에 한해서 "장기적으로는 맞았고 최근 15년은 아니었다"이고, 나머지 기준은 이번 검증 범위 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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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현명한 투자자』(벤저민 그레이엄 저)에 소개된 종목 선정 기준 중 가격 기준을 확인한 것이며, 책의 내용을 요약하지 않았습니다. 기준 수치는 웹 자료(Groww, Portfolio123)에 근거합니다. 데이터: Kenneth French Data Library(E/P·B/M 포트폴리오, 시장 수익률), SEC EDGAR 연간 재무, 미국 S&P1500 구성종목 주가.

※ 본 글은 과거 데이터 분석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과거 성과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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