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테스트 실험

가장 비싼 때 적립을 시작했다면? S&P500·QQQ 고점 직후 월 적립 결과 (1929·2000·2007)

readtest 2026. 10. 11. 18:39

"지금 지수가 너무 높은 것 같은데 적립을 시작해도 될까?"는 적립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하는 걱정이다. 이 걱정이 맞다면 가장 나쁜 경우는 지수가 정점을 찍은 직후에 적립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S&P500 1871~2023년 기록에서 큰 하락 직전의 고점 6개를 찾아, 그 직후부터 매월 같은 금액을 넣은 사람의 결과를 따라가 보았다. 같은 방식으로 2000년 닷컴 고점 직후의 QQQ·SPY도 확인했다. 시작월 전체의 평균 결과는 앞선 월 적립 금액표 글에서 다뤘고, 이 글은 그중 가장 나쁜 출발선만 따로 본 것이다.

결론부터

  • S&P500의 고점 6개 직후에 시작한 10년 월 적립은 6개 모두 원금 이상으로 끝났다(1.06~2.01배). 다만 가장 나빴던 2000년 8월 시작은 10년 뒤 1.06배로 사실상 제자리였다.
  • 그 과정은 편하지 않았다. 1929년 9월 직후에 시작한 사람은 평가액이 납입 원금의 0.38배까지 내려갔고(원금의 62% 손실), 원금 아래로 있던 달이 48개월, 마지막으로 원금 아래였던 때가 시작 66개월 뒤(5.5년)였다. 2000년 8월 시작은 마지막 원금 미만이 108개월 뒤(9년)였다.
  • 5년만 넣었다면 6개 중 2개(1929·1937)가 원금 아래였다. 기간이 짧을수록 고점 시작의 손실은 그대로 남는다.
  • 고점 직후에 한 번에 투자했다면 10년 뒤 결과가 더 나빴던 경우가 있었다. 1929년 시작은 일시투자 0.71배, 월 적립 1.47배였고, 2000년 8월 시작은 일시투자 0.88배, 월 적립 1.06배였다. 반대로 1893·1973·2007년 시작은 일시투자가 조금 앞섰다.
  • 2000년 3월 직후부터 QQQ에 월 적립한 사람은 평가액이 원금의 0.47배까지 내려갔고, 원금 아래였던 마지막 시점이 111개월(9년 3개월) 뒤였다. 그래도 26년 뒤에는 원금의 9.9배가 됐다(SPY는 5.2배).
  • 가장 나빴던 시작은 "고점 직후"가 아니었다. 10년 적립 기준 최악은 1922년(0.53배)과 1999년(0.70배)에 시작한 경우로, 둘 다 10년 뒤가 대공황 바닥·닷컴 이후 바닥 근처였다.

이렇게 계산했다

  • 데이터: S&P500 1871년 1월~2023년 6월 월간 가격과 배당(Shiller식 데이터, 배당 재투자 총수익, 명목). QQQ·SPY는 2000년 이후 배당 재투자 반영 가격의 월간 수익률(2026년 9월까지). 월초에 1원씩 넣고 그 달 수익을 받는 규칙은 앞선 글과 같다.
  • 고점 정의: 앞뒤 36개월 중 총수익지수가 가장 높은 달이고, 그 뒤 36개월 안에 25% 이상 떨어진 달. 이 기준으로 6개가 나왔다(1893-01, 1929-09, 1937-03, 1973-01, 2000-08, 2007-10). 고점 직후 달부터 적립을 시작한다. 이 기준은 내가 정한 것이고 다른 기준을 쓰면 고점 목록이 달라진다.
  • 결과 지표: 평가액 ÷ 납입 원금(배), 원금 미만이던 달 수, 마지막으로 원금 미만이던 달, 중간의 최저 배수. 일시투자는 같은 시작 시점에 1원을 한 번에 넣고 같은 기간 보유한 결과(배수)다.
  • 제외한 것: 환율, 세금, 수수료.

고점 6개: 적립 시작 후 어떤 길을 걸었나

고점 이후 최대 하락 5년 적립 10년 적립 20년 적립 10년 중 원금 미만 달 마지막 원금 미만 최저 배수
1893-01 -25% 1.23 2.01 2.49 26개월 44개월 뒤 0.82
1929-09 -82% 0.96 1.47 2.41 48개월 66개월 뒤 0.38
1937-03 -42% 0.84 1.70 5.65 45개월 66개월 뒤 0.73
1973-01 -39% 1.07 1.86 5.10 27개월 32개월 뒤 0.71
2000-08 -42% 1.17 1.06 3.03 49개월 108개월 뒤 0.71
2007-10 -49% 1.31 1.99 (데이터 부족) 22개월 23개월 뒤 0.66

배수는 평가액÷납입 원금이다. 월평균 가격으로 만든 데이터라서 실제 일간 최고·최저보다 하락 폭이 작게 나온다. 2007년 10월 시작은 데이터가 2023년 6월에 끝나 15년까지만 있어 20년 열은 비웠다.

20년 적립은 고점 5개가 모두 2.4배 이상으로 끝났다. 10년 적립은 6개 모두 원금 이상이었지만 2000년 8월 시작은 1.06배에 그쳤다. 눈여겨볼 것은 최종 숫자보다 중간 과정이다. 6개 모두 시작 후 최소 22개월 이상 원금 아래에 있었고, 가장 길게는 4년(48개월) 동안 원금보다 적은 평가액을 봐야 했다.

시작 후 20년 경로

그림은 고점 직후부터 매월 적립했을 때 평가액÷원금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 준다. 점선(1배)이 원금이다.

SNP500 고점 직후 월 적립 시작 후 평가액 대 원금 배수 경로
SNP500 고점 직후 월 적립 시작 후 평가액 대 원금 배수 경로

1929년 시작(빨강)은 3년 안에 0.4배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랐고, 2000년 시작(파랑)은 9년 가까이 1배 근처에서 오르내렸다. 1973년 시작(노랑)은 1배 근처에서 시작했지만 1980~90년대 상승장에서 20년 뒤 5배대까지 올랐다. 같은 "고점 직후 시작"이어도 출발 후 10년의 모습은 서로 크게 달랐다.

전체 시작월과 비교하면

기간 모든 시작월: 중앙값 모든 시작월: 최악 모든 시작월: 원금 미만 고점 직후 시작: 중앙값 고점 직후 시작: 최악 고점 직후 시작: 원금 미만
5년 1.28 0.34 12.3% 1.12 0.84 2/6
10년 1.62 0.53 2.6% 1.78 1.06 0/6
20년 2.58 0.97 0.06% 3.03 2.41 0/5

고점 직후 시작의 10년·20년 중앙값이 전체 시작월 중앙값보다 높게 나왔지만, 표본이 6개와 5개이고 서로 독립적인지도 알 수 없다. "고점에서 시작하는 편이 유리했다"로 읽으면 안 된다. 읽을 수 있는 것은 고점 직후에 시작해도 10년·20년을 이어 간 경우 원금 이하로 끝난 사례가 이 표본에는 없었다는 정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최악의 시작이 고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10년 적립 시작 연도별 최악은 1922년(0.53배), 1999년(0.70배), 1923년(0.71배), 1998년(0.81배), 1965년(0.86배) 순이었다. 1922년 시작은 1929년 고점 직전까지 크게 올랐다가 1932년 바닥에서 10년이 끝났고, 1999년 시작은 닷컴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 2009년 바닥 근처에서 끝났다. 적립 결과는 시작 시점의 가격보다 끝나는 시점의 가격에도 크게 좌우됐다.

고점에 한 번에 넣었다면 vs 매월 나눠 넣었다면

고점 직후 시작 10년 월 적립 10년 일시투자 20년 월 적립 20년 일시투자
1893-01 2.01 2.30 2.49 4.05
1929-09 1.47 0.71 2.41 1.50
1937-03 1.70 1.46 5.65 7.33
1973-01 1.86 1.93 5.10 8.33
2000-08 1.06 0.88 3.03 3.35
2007-10 1.99 2.05 - -

고점 직후 10년 월 적립과 일시투자 배수 비교
고점 직후 10년 월 적립과 일시투자 배수 비교

고점 직후의 10년 결과는 월 적립이 6개 중 3개(1929·1937·2000)에서 앞섰고, 20년에서는 일시투자가 5개 중 4개에서 앞섰다. 이 비교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은 두 방식의 투자 기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월 적립은 평균적으로 기간의 절반 동안만 돈이 시장에 있고, 일시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있다. 그래서 시장이 장기적으로 오르면 일시투자가 앞서기 쉽고, 시작 직후 크게 떨어지면 적립이 앞선다. 또한 일시투자는 목돈이 이미 있을 때만 가능한 방식이지만, 월급에서 매달 넣는 사람에게 목돈 일시투자는 선택지가 아니다. 이 표는 어느 쪽이 낫다는 결론을 주지 않는다.

2000년 닷컴 고점 직후 QQQ·SPY

S&P500 장기 데이터는 지수만 있으므로, 실제 ETF가 있었던 시기의 사례도 따로 확인했다. 2000년 3월 말 직후(4월)부터 매월 적립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2000-03 직후 시작 최저 배수 원금 미만 달 수 마지막 원금 미만 10년 적립 10년 일시투자 약 26년(2026-09까지)
QQQ 0.47 61개월 111개월 뒤 1.28 0.45 9.89배
SPY 0.68 56개월 123개월 뒤 1.13 0.93 5.24배

2000년 3월 직후 월 적립 QQQ SPY 평가액 대 원금 배수 경로
2000년 3월 직후 월 적립 QQQ SPY 평가액 대 원금 배수 경로

QQQ는 SPY보다 더 깊게 떨어졌고(0.47배 vs 0.68배) 회복에도 비슷하게 10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의 상승이 커서 26년 뒤에는 SPY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 사례를 "나스닥이 결국 이긴다"로 읽으면 안 된다. 2000년에 QQQ를 샀다는 한 가지 경로에서, 이후 대형 기술주가 이례적으로 크게 오른 시기가 포함된 결과다. 같은 시기 일시투자의 10년 결과는 QQQ가 0.45배로 훨씬 나빴다.

이 결과가 말해 주는 것, 말해 주지 않는 것

  • 말해 주는 것: 역사적으로 큰 고점 직후에 시작한 적립도 10년·20년을 이어 간 경우 원금 이상으로 끝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최소 2년, 길게는 5~9년 동안 원금 아래의 평가액을 마주했다.
  • 말해 주지 않는 것: 지금이 고점인지는 알 수 없다. 이 글의 고점은 지나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는 고점이다. 또 같은 일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 글에서 가장 길었던 회복(2000년 시작 후 9년)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가능하다.
  • 실제 결정에서 중요한 것: 시작 시점보다 중간에 평가액이 원금의 절반 이하로 보일 때 계속 넣을 수 있는가이다. 1929년 시작의 0.38배, 2000년 QQQ의 0.47배를 월급으로 계속 넣으며 견딘 사람의 결과를 이 계산은 보여 주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는 보여 주지 못한다.

한계

  • 표본이 6개(20년은 5개)다. 고점을 몇 개 찾았는지가 결론의 무게를 정한다. 중앙값 비교는 통계적 의미가 없다.
  • 고점 정의가 임의적이다. 36개월·25% 기준을 바꾸면 고점 목록이 달라진다. 이 정의에서는 2021년 12월 고점이 후보에서 빠졌다. 데이터가 2023년 6월에 끝나 이후 하락 폭이 총수익지수 기준 약 19%에 그쳤기 때문이다.
  • 월평균 가격 데이터다. 1871~2023년 지수는 월평균 기반이라 일간 고점·저점보다 낙폭이 작게 나온다. 1929년의 -82%도 실제 일간 기준과는 다르다.
  • 미국 한 나라, 사후 생존한 시장이다. 다른 나라 증시에서 고점 직후 적립을 시작한 사람의 결과는 담겨 있지 않다. 일본 증시처럼 고점을 수십 년 넘지 못한 사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 환율·세금·수수료 제외, 배당 세금 없이 재투자 가정. 한국 투자자의 원화 결과는 환율에 따라 달라진다.
  • 월 적립 중에 중단하거나 금액을 바꾸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실제로는 하락 중에 멈추거나 늘리는 선택이 결과를 바꾼다.

이 글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학습 기록이며, 특정 상품이나 투자 방법의 추천이 아니다.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고, 개인의 상황(소득, 목표, 투자 기간, 손실 감내 능력)에 따라 적절한 선택은 다르다. 고정 수익률 가정으로 적립 결과를 따져 본 글은 월 75만 원·연 7% 검산을, 레버리지 ETF로 같은 질문을 던진 글은 TQQQ·QLD 적립 27년 검증을 참고할 수 있다.

반응형